동역자이야기

감사의 여정 / 이정현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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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남교회
댓글 2건 조회 56회 작성일 25-04-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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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곳 학교에서 육교를 건너 신호등 하나를 건너 조금 더 내려가면 우체국 옆에 작은 건물이 있었습니다. 그 건물 이층에 세들어 있던 아주 작은 교회가 있었습니다. 상가 이층 한 켠에 예배당이 있었고, 예배당 뒤를 막아 좁은 방 두 개를 만들어서 사택으로 사용하던 초대교회였습니다. 그곳에서 목사님의 자녀였던, 나랑 동갑이던 순돌이 닮은 아들과 나보다 서너 살 많았던 언니를 기억합니다.

주일마다 만났던 주일학교 선생님이던 조윤주 집사님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 당시의 얼굴과 목소리가 여전히 선명합니다. 주일이면 집집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손을 잡고 예배당에 가는 길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첫 집에서 한 명의 아이를 손잡고, 그 다음 집을 방문해서 두 번째 아이들과 손을 잡고, 그렇게 줄을 이어 예배당에 오곤 했습니다. 주일학교 예배를 드리고 분반 공부를 마친 후 어른들이 예배를 드리는 동안, 우리는 그 좁은 사택에서 조용히 모여 있었습니다. 그 시간에는 '초원의 집'이 방영되었고, 채널을 돌려야만 나왔던, 그때 그 시절 TV로 엠비씨에서 방영하던 외화였지요.

그 작은 방에서 우리는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빨래줄을 다시 묶어서 구간을 나누고 각자의 집을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목사님이 사용하는 이불로 침대도 만들고 소파도 만들어서 좁은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면 예배가 끝나고 사모님께서 들어오시곤 했습니다. 화장품 하나 없는, 후덕한 모습의 우리 사모님은 두툼한 손으로 점심을 준비하셨습니다. 그 구수한 국 냄새, 별거 없는 차림이었지만 그때의 교회 점심은 정말 꿀맛 같았습니다.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면, 모두 모여 어른들을 피해 조윤주 집사님 댁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넓은 마당이 있었죠. 그 당시에는 부잣집인 줄 알았지만, 나중에 돌아보니 그 마당은 정리가 되지 않은 복잡하고 난잡한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마당을 정글처럼 뛰어다니며 실컷 놀다가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여름에는 바리바리 짐을 챙겨 바닷가로 수련회를 가고, 바닷가에서 시뻘겋게 타서 남은 방학 내내 고생하곤 했습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제가 꽃송이가 백 개는 될 것 같은 수영모자를 쓰고 있던 모습이 있습니다. 정말 촌스럽지 않나요?

오늘 갑자기 그 어린 국민학생 이정현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때 하나님 말씀을 들었던 기억은 선명하지 않지만, 성탄절에 마이크를 들고 혼자서 아주 크게 113장 찬송, '그 어린 주 예수'를 부르던 모습과 조윤주 집사님이 스케치북에 그려온 공과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주시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그저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이 영화 필름처럼 지나가는 듯합니다.

방학이 되어 여러 가지 이유로 함께 하지 못한 동역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도 없고, 그런 환경에서 한동안 강남교회는 저에게 참 이상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특수한 환경에서 보낸 시간들이 불편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목사님께서 이서현 권찰님이 파송되었다고 말씀하시며, 우리 교회에서 파송될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믿음의 공동체는 꼭 한 공간에서 우리끼리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때는 그 말씀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동참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어릴 적 초대교회를 기억하면서, 그곳에서 자라서 이곳 강남교회로 저를 파송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문제, 내 식구였다가 다른 식구가 되는 문제, 함께 하다가 분리되는 문제를 그렇게만 생각하고 여겼기에 제 마음이 좁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그저 감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만나게 하신 것, 감사. 잠시나마 나누게 하신 것, 감사. 그리고 헤어져서 다른 곳으로 보내게 하신 것, 감사. 그곳에서 하나님의 올바른 모습을 전하게 하실 거, 감사. 파송되게 하심, 감사. 함께 하게 하심, 감사.

이곳이 가득 차는 날이 적더라도, 함께 나눌 이의 수가 부족하더라도 하나님의 뜻은 무한하고 셀 수 없으니, 그 뜻으로 자리가 가득 차고 나누어지리라 생각하니 감사가 넘쳐납니다. 또 언제 무슨 일로 마음에 근심되고 불평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면, 근심과 불평이 어떤 크기든지, 어떤 기간이든지 다시 되돌리게 하실 거라는 것을요. 강남교회에서 함께 동역하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정말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의 빈자리는 하나님께서 공감하시고 함께 하셔서 채워주심에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life님의 댓글

life 작성일

권사님, 글 읽는 내내 저도 지난 젊은 시절을 회상해 봤네요.
그 시절 철없던 주일학교 아이들 얼굴도 떠올려 봤구요~^^
맞아요!
우리 강남교회는 참으로 작지만 알곡들을 파송하는 교회인듯 합니다.
이곳에서 믿음으로 섬기던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부름받은 곳에서
한 알의 밀알로 썩어지면 주의 말씀대로 많은 열매를 맺겠죠?
우리 그런 하늘 소망으로 목사님과 함께 동역함에 감사합시다.
은혜로운 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엘리에젤님의 댓글

엘리에젤 작성일

권사님의 간증을 통해 다시금 범사에 감사를 떠올리게 되고, 또 한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감사해야겠다는 결단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