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회가 끝나면 곧바로 약수터로 향한다. 때로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몸이 무거워 힘들 때도 있지만 받은 말씀을 묵상하며 천천히 새벽길을 열어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약수터에 도착해있는 내 자신을 깨닫는다. 출발 때부터 몸이 힘들 것과,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상황, 비가 오는 것을 생각하면 망설여질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오늘 내가 올라서야 할 목표지점을 생각한다.
스트레칭 하고 내려오는 길은 무척이나 가볍다. 오를 때 힘들고 어두워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내려오는 길목에서야 비로소 시야에 들어온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 만물들이 사계절이라는 무대에서 다양한 분장을 하고 아침을 연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새들과 바람결에 하늘거리는 나뭇가지들, 열심히 어디론가 자신들만의 목적을 위해 부지런히 길을 가는 개미들과 곤충들, 그리고 나뭇잎을 타고 넘어가는 바람소리까지…. 겨울 추위에도 낙엽을 이불삼아 쉬고 있는 무수한 생물들의 안식처를 지나 동쪽의 창을 열어주는 햇살이 비추어주는 길목을 따라 내려오는 마음은 오르는 수고를 잊고 또 내일을 기대할 만큼 은혜롭고 행복하다.
이곳 강진에 터를 두고 산지도 다섯 해가 흘렀다. 처음엔 하나님께 왜 나를 여기에 보내셨는지 자꾸 묻고 또 물었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불현 듯, 어쩌면 응답하시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만을 은혜로 여겼던 내 자신을 내려놓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다른 응답이리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나를 내려놓는 연습을 자주한다. 육신의 생각이라는 힘도 빼본다. 내려놓고 힘을 빼니 하나님의 뜻이 조금씩 선명해 졌다.
좋은 교회 공동체, 좋은 동역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게는 소중하다. 그 좋음과 소중함을 일깨워주신 하나님의 은혜 안에 거하며 모든 것을 감사할 수 있다. 아이들은 또 얼마나 예쁜지, 함께 하는 것이 또 하나의 감사제목이다.
지난날 수많은 고난 속에서 신음하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감사는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 나를 참으로 좋은 교회 공동체로 인도하셨고, 이곳에서 참된 평안과 기쁨을 경험하게 하셨다는 것이다.
지금껏 교회 공동체를 통해, 동역자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하나님께서 일을 행하시고, 동역자들의 가정에서 주의 일을 부흥케 하시는 것을 보았다. 앞으로 더 큰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계속 될 역사도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하며 한편으로 그 역사에 쓰임 받을 것이라는 의지를 불태운다.
지금까지 수많은 하나님의 행하심을 보아 왔음에도 믿음이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러기에 내 삶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손길로 살아 온 것이 기적이고 은혜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은혜를 받은 자에서 은혜를 전하는 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희미해진 꿈을 다시 그리고 있다.
어린 시절, 교회 다니는 여자아이들은 누구나 반주하는 언니를 동경했었다. 이후, 한번쯤은 생각했지만 엄두도 내지 못하다 이제 남의 것처럼 되어 버린 그 꿈을 나는 다시 붙잡았다. 5년 전에 해볼까하고 생각했지만 난 그때도 포기하고 말았다.
‘이제 배운들 뭘 하겠어, 나이도 이제 육십을 바라보는데’
사모님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다시 도전했다. 재미있고 집중하게 되고 뭔가 이루어가고 있다는 성취감이 삶의 기쁨을 준다. 이후에 천국 올라가 더 좋은 노래로 날 구속하신 주님을 찬양하리라 생각했는데…. 이제 이 땅위에서 넉넉히 쓰임 받을 것을 기대해 본다.
우리 교회 공동체에는 참 긍정적인 분들이 많다. 모두가 적극적이고 주안에서 못할 일이 없는 교회 공동체. 주의 종부터 도전이고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시는 삶을 드리는 목회자이다. 부족하지만 함께 동역자하며 교회를 세우기로 작정한다. “하나님 사랑해요. 감사해요. 내 삶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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