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항상 저에게 그러십니다.
“니 시간을 뺏어서 어쩐다냐... 우짜끄나... 너 바쁜디.”
실은 그리 바쁘지도 않고 제가 그 시간이 없어진다고 해서 다른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항상 저에게 그러십니다. 그냥 시장을 함께 가도 말입니다.
강진을 운전하며 오고 간지 이십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어디쯤이냐 물으시면 저는 어딘지 모릅니다. 그저 강진이 저의 유일한 목표점이기 때문입니다. 강진이 얼마만큼 남은 건 아는데 제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는 모릅니다.
이번 주는 강진에 세 번을 오고 갔습니다. 오고가면서 나주에서 엄마가 “배꽃이 이때 쯤 피나? 그럼 얼마나 피어있냐?” 하시더라고요. “음…, 몰라. 그냥 피어 있다가 지던데.”라고 무심히 대답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강진 오가는 길에는 배 밭이 많아요. 그럼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죠. “희고 고운 꽃이니 참 곱구나!”하고는 언제 피는 건지 언제 지는 것인지. 그리고 그 꽃이 어디쯤 피어있는 것인지 하나도 몰랐어요. 그렇게 항상 매주 지나는 길에 만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풍경이 다 그냥 그런 것 이드라고요.
우연히 읽은 어떤 책이예요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라는 이기주 작가의 책이었어요.
“시간과 사랑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특히 사랑은, 내 시간을 상대에게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읽다가
“시간 없애서 미안하다야”라고 하는 할머니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오로지 광주에서 출발해서 강진 갈 때까지 걸릴 시간만이, 그래서 지금 있는 곳에서 얼마나 남은 것인지 오로지 딱 그것만 궁금해 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시간을 내어주는 건 딱!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만….
그리고 관심 있게 보여 지는 건 딱! 내가 사랑하는 그들에게만….
그래서 그 외의 모든 것은 관심 밖인 삶이요.
세상 속에서 내가 의미 있고 내가 정말 쓸모 있는, 그리고 기능적으로 충분한 사람이 되어 지기만 바라면서 그 것에 나를 맞춰서 열심을 내어 살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진짜 의미 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의 흐름도 공간의 변화도 그리고 작은 꽃잎 하나 그 모습의 변화까지도 궁금하고 그것들을 알고 싶은 삶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많은 것이 변해야하고
많은 환경을 바꾸어야하고
많은 갈등이 있을까 염려되고
많은 돌멩이들이 저의 발길에 치일 까 염려도 됩니다.
그런데 치여도 변해도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염려대신 하나님 빽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하나님 앞에서 오기 안 부리고 땡깡 안 쓰고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게 감당하는 힘을 갖는 사람이 될 수 있게 저에게 시간을 나눠서 기도해 주시고 격려해주시라 부탁드려요.
시간을 내어 내 이름을 불러 하나님께 나를 위해 기도를 나눠주시는 모든 동역자들의 사랑과 그 시간이 감사합니다.
제가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창조물로 잘 이뤄나가 그 뜻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세요. 저를 완성시키는 모든 시간을 함께 하시는 사랑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우리를 모이게 하시고 나누게 하시는 하나님께 오늘 또 감사드립니다.
저 요새 진짜진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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