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써보고 말았던 것인지, 여섯 권의 다이어리에 의미를 담고 2024년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어떤 내용들을 채워나갈 거라며 반짝반짝 이야기 하는 희수를 보면서 나의 일기장을 기억해 보았습니다. 열심히 채웠던 나의 마음과 감정들이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언제부터 기록하지 않았던 것인지 생각해보아도 생각이 나질 않드라고요. 그러다가 아주 간단히 매일을 기록할 수첩하나와 짧게 매일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수첩하나, 아주 작은 사이즈로 가방에 쏙 들어가는 무지의 수첩한 권을 제 것으로 구입했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적었던 기도 수첩이 있어요. 까만색의 신권 오천 원짜리 크기의 수첩인데. 속은 아무것도 없이 무지로 되어있는 얇고 작은 수첩이었어요. 매일 그 수첩에 깨알처럼 기도할 것들을 적었습니다. 아주 유치하게 친구랑 싸웠는데 화해하게 해달라! 공부는 안하고도 시험은 잘 보게 해달라! 항상 바라고 구하고 원하는 내용을 빼곡이 아주 작은 글씨로 적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나 깨알같은 글씨였는지 그 얇은 수첩을 대학교 2학년 때까지 사용했지요. 지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는 까만 수첩이요.
2024년 1월 1일에 희수의 준비되어있는 다이어리들을 보면서 저의 수첩이 기억이 났습니다. 엄마가 꼭 다시 교회를 오게 해주세요. 정호가 정신 차리게 해주세요. 정신을 차린다니…요 고등학생이 두 살 어린 동생을 보면서 했던 기도가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때의 기도였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의 기도를 생각해봅니다. 희수아빠… 저는 양필선이라고 잘 부릅니다. 우리 양필선이 하나님이 궁금해서 견디지 못하게 해주세요. 이정현이 정신 차리게 해주세요. 올바르고 똑바로요…. 피식 웃음이 나왔어요. 매일매일 기도를 적고 매일매일 감사를 적고 매일매일 짜증과 원망을 적어볼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그래서 까만 수첩 말고 하얀 수첩을 샀습니다.
정말 답답했고 재미없었고 꿈도 없었고 꿈꾸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진 그 고등학생이 어느 날 길을 걷다 한줌 내 땅이 없구나… 하고 답답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진짜 기가 막힌 푸념이지요? 내 땅이라니요. 근데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그 날의 고백이….
한줌 내 땅이 없네. 근데 고개를 들었더니 저 하늘이 다 내 것이구나. 저 하늘이 다 내 것이게 허락해 주셨구나. 나 되게 부자구나. 하늘부자!!!
오늘 그 하늘부자가 땅덩어리 없다고 푸념을 또 합니다. 잊지 않고 하늘부자로 살겠습니다. 그거 안 잊고 적어보려고 이번엔 예쁘게 쓸 수 있는 펜까지 사야겠어요. 나와 항상 함께해주시는 하나님을 기록하는 것이 두렵지 않도록 맘을 깡깡이 하겠습니다. 감사할 일이 정말 많은데 없는 땅덩이만 찾아 매일 툴툴거립니다.
감사가 저를 지배해 주길 소망하며 바라며 기도하겠습니다.
미친거 아녀? 정신 좀 차려! 암것도 없는 것이 감사는 무슨… 우짜쓰까? 은제 정신차리까? 소리 좀 실컷 양필선이한테 들어 보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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