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자이야기

뱀 소동에서 엔젤까지 / 김봉연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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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남교회
댓글 0건 조회 78회 작성일 25-03-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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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느 날,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의 언덕 올라가는 자갈길에 드문드문 나 있는 풀을 뽑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상적인 시간에 따라 별일 없이 하루의 일정이 시작된 평범한 날이었다. 9시에 출근하여 노인 일자리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창문을 열어놓고 내일의 새벽 묵상 성경본문을 필사하고 있는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강아지 밍키 소리도 아니고 새 소리도 아닌 ‘찌지직, 찌지직’하는 소리여서 방충망을 열고 내다보니 신발 벗는 곳에 뱀이 개구리를 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뱀의 입에 물린 개구리가 발버둥치는 소리였다. 

나는 너무 놀라고 어찌할 줄을 몰라서 사진을 찍어서 목사님께 카톡으로 보냈다. ‘목사님 뱀이예요’ ‘헐, 어떡해요’ 나는 살며시 현관문을 열고 내다보며 목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목사님은 곧 갈테니 문을 꼭 닫고 뱀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기다리라고 하셨다. 그 사이 뱀은 신발 발판 밑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교회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15분은 걸릴텐데 그동안 저놈이 기어 나오지는 않을는지, 어디로 도망가지는 않을는지, 등등 생각이 오가며 나는 겁을 먹은 채 지켜보며 눈을 떼지 못하고, 발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10분쯤 지나서 사모님의 전화가 왔다. 7분 후에 도착이라고, 목사님이 집게를 가지고 오신다고. 그런데 뱀이 아직 발판 밑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나갈 수도 없고, 나는 조마조마하며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발판 밑에서 벽 모서리를 타고 뱀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조금씩 기어 나오는데 징그럽고 겁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사진을 찍어서 사모님께 뱀이 지금 기어 나오고 있다고 카톡을 보냈다. 나는 현관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조금만 열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데 자동차 소리가 들리며 목사님이 집게를 들고 오셨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서 뱀의 머리를 집게로 집어서 대문 밖으로 나가셨다. 나는 뒤따라가며 ‘망치를 가지고 갈까요? 삽을 가지고 갈까요?’ 하는데 목사님은 벌써 빈 집게만 들고 들어오신다. 앞의 논에다 집어 던지셨단다. 

두근거리던 가슴을 쓸어안고 얼음 냉수를 한 컵 드렸는데, 그때야 사모님은 기어 나오는 뱀 사진 카톡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핸드폰을 집어 던지셨다. 목사님이 그 사진을 삭제한 후에야 핸드폰을 받아들며 우리는 무서웠던 순간들과 핸드폰을 집어 던진 일들을 생각하며 한바탕 웃어댔다. 목사님은 ‘저도 뱀 무서워요’하셨다. 그저 평범한 일상적인 날들이었는데 느닷없이 나타난 그 사악한 놈 때문에 유별난 하루가 되었다.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고 하셨고(창 3:1), 이어서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또 2절에서는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라고 기록되어 있다. 뱀이 가장 간교하다고 했는데 왜 하와는 그 간교하고 무서운 뱀과 이렇게 대화를 나누었단 말인가. 심지어 꼬임에 넘어가기까지 하였는가?
하와가 만약 사모님이나 나처럼 뱀을 무서워하고 가까이하지 않고,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더라면 성경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나님께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2;17)하신 그 열매를 먹지 않았으리라. 그랬다면 하나님은 그들을 에덴동산에서 내보내지 않으셨을 것이요, 땀을 흘리며 땅을 갈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뱀에게도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살아 있는 동안 흙을 먹을지니라’하셨고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라는 형벌을 내리셨다. 목사님의 손을 통하여 뱀의 머리가 잡혀져서 흙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이런 뱀과의 소동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그 에덴동산에서 살고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강진 이 집에 사는 동안 뱀 소동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고양이를 키우면 뱀이 없다고 해서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김성령 사모님이 강진 군청 홈페이지에서 고양이 분양하는 광고를 보내주셨다. 6마리를 낳았는데 가정에서 키울 분에게 무료로 분양해 준다는 광고였다. 전화를 했고, 수요일에 만나서 주겠다고 했다.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맘에 내키지는 않지만 뱀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수요예배가 끝나고 군청 앞 주차장에서 만나 조그만 종이 쇼핑백에 담은 고양이를 받아왔다. 아주 조그맣고 귀여웠다. 김성령 사모님이 ’엔젤‘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셨다. 창고로 쓰던 곳을 깨끗이 비우고 그곳을 엔젤의 집으로 정했다. 
엔젤, 하면 야옹하고 답한다. 아직 어린 것이 엄마 품을 떠나 적응하려는 모습이 애처로워 자주자주 쓰다듬어 주고 있다. 이제는 밤에도 울지 않고, 먹이도 잘 먹고, 물도 잘 먹으며, 내가 나갔다 오면 ’야옹‘하고 반긴다.
이제 엔젤(천사)이 그 간교한 뱀을 물리쳐 주리라는 기대를 하며 다시금 평안한 일상의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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